2008년 1월 24일 조선일보
성형 수술 사고
마취공포가 개원가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전신마취를 통해 성형수술을 받던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지거나 의식불명상태가 되는 일이 발생한 이후 전신마취 수술을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소식이다.
병원측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환자들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마취과 의사
가 수술할 때만 잠깐 와서 하는 이른바 출장마취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웬만한 환자들은 다 안다는
것이다.
국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3000여 명으로 수술량에 비해 절대 부족하다. 개원의가 자체 시설로
각개전투수술을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프리랜서 마취과 의사 의존도가 매우 높다. 전국 850여 개의
성형외과 중 전신마취 수술을 한는 곳은 100여 군데인데,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출장마취는 수술 전 환자 상태에 대한 평가가 충분하지 않다는점, 수술 후 환자가 완전히 회복될때까지
마취과의사가 기다리지 않고 다음 수술장소로 이동한다는 점 등에서 안전한 수술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유독 성형 수술 도중 사고가 많은 것은 환자들이 다들 건강(?)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방심하는 탓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질병을 수술전에 꼼꼼히 체크하지 않거나, 수술 중 모니터링에도 소홀하기 쉽다. 환자
중에는 수술을 가족 몰래 하는 경우가 있어 자세한 병력 노출을 꺼리기도 한다. 성형 수술은 결과가 금세
눈으로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수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욕심을 내다가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다. 언뜻 마취사고 같지만 내막은 수술 사고인 사례다.
성형수술 사고는 비행기 추락 사고와 유사하다. 멀쩡하게 있다가 황망히 사고를 당하니 말이다. 잊을
만하면 사고가 터지는 것도 비슷하다. 의학 책에는 마취 1만3000건당 한 번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비행기 사고 확률보다 높은편이다. 하지만 요즘은 마취약물과 기술이 발달하여
사고 가능성이 비행기 수준이라는 평이다. 결국 운용 시스템의 문제다.
최근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성형 수술을 받으로 오는 여성들이 많다. 성형기술이 한국이 더 좋기 때문이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취 안전 시스템은 중국이 우리보다 낫다. 중국은 의료법 상 개원 의원이 전신 마취수술
을 하려면 보건당국의 특별허가를 받아하며, 마취과 의사도 2명이 상주해야 한다. 턱,광대뼈 등 안면윤곽
수술은 병원에서만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업 의사 한명이 혼자서 마취도 하고 수술을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된다. 중국여성들이 이 사실을 알면 한국 원정 성형수술에 그렇게 목매지 않을 듯 싶다. |